[단독]4년간 가정폭력 후 살인·살인미수 331건…대부분 스마트워치 관리, 위치 추적은 법원 제동 >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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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년간 가정폭력 후 살인·살인미수 331건…대부분 스마트워치 관리, 위치 추적은 법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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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3 댓글 0건 조회 28회 작성일 26-09-1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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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후 일어난 살인·살인미수 사건이 최근 4년간 331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가정폭력 재발우려’ 가정은 두배가량 늘었지만 피해자 보호조치 대부분은 스마트워치 지급 등 모니터링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선행 원인 행위가 가정폭력’으로 규명된 살인·살인미수 사건은 총 331건이다.
이 중 살인사건은 102건이다. 2023년 29건, 2024년 33건, 2025년 26건, 올해 1~8월 14건 등이다. 살인미수 사건은 총 229건이다. 2023년 64건, 2024년 64건, 2025년 58건, 올해 8월까지 43건 등으로 집계됐다.
경찰이 지정해 관리하는 ‘재발 우려 가정’은 2023년 1만5789곳에서 올 8월 기준 2만9425곳으로 2배 가량 늘었다. 이 중 고위험군으로 월 1회 모니터링 대상 가정인 ‘A등급’ 가정은 같은 기간 5230곳에서 올해 8월 1만1740곳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포함한 스토킹 범죄 신변 보호(안전조치) 대상 인원도 2023년 7522명에서 올 상반기 6684명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가정폭력과 연계된 살인·살인미수 사건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피해자 보호 대책은 모니터링 조치가 대부분이다. 올해 상반기 경찰이 안전조치를 제공한 신변 보호 대상 5283명을 보면 스마트워치 지급이 4486건(84.9%), CC(폐쇄회로)TV 설치가 419건(7.9%)으로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보다 적극적인 조치인 ‘임시숙소’ 지원은 278건, ‘민간경호’는 100건에 그쳤다.
스토킹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는 법원 문턱을 넘기 어렵다.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채우는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는 올해 상반기 경찰이 신청한 1537건 중 510건만 법원에서 인용돼 기각률이 66.8%였다. 가해자를 유치장 등에 감금하는 잠정조치도 상반기 1710건 신청 중 391건만 인용돼 77.2%가 기각됐다. 가정폭력범은 수사 과정에서 구속율도 낮아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24만9617명이 검거됐지만, 구속된 인원은 2637명(1.06%)에 불과했다.
지난 1일 경기 광주에서 30대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한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신고했으나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살해당했다. 채현일 의원은 “끔찍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 부실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에 대한 정기적 모니터링을 통해 가해자의 접근, 추가 피해 여부 등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니터링 과정에서 피해자 안전이 우려될 경우 안전 조치와 전문 보호시설 연계 등 보호 수단을 제공한다“며 ”지역 내 의료 시설과 상담소 등 지원 기관과 연계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 날 갑자기 범죄 피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사람들은 수사기관에 가면 일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경찰이 범인을 잡아주고 법원이 처벌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6년생 채단비씨(20)도 그랬다. 단비씨는 고등학교 시절 유독 ‘법과 정치’ 과목을 좋아해 열심히 공부했다. 법조인이 되고 싶어 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하면서부터는 경찰을 꿈꾸게 됐다. 미래 계획을 써놓은 노트에 단비씨는 법조인이 되고 싶은 이유로 “억울한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어서”라고 썼다.
그 추운 겨울날 성폭력 피해를 입고 경찰서로 향하는 길에도, 단비씨는 경찰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이 단비씨처럼 희망을 품고 경찰서로 향한다. 하지만 형사사법절차의 첫 관문인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기대는 자주 배신당한다. 부실한 수사에 당황하기도 하고, 내 사건임에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방법이 없어 답답해하기도 한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도 존재는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12월28일 새벽 3시50분쯤, 그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기 안산시의 한 일본식 주점에서 영업이 끝난 뒤 직원 회식이 시작됐다. 40대 사장과 단비씨, 동료 아르바이트생 등 5명이 함께 술을 마셨다. 동석자들은 차례로 자리를 떴고, 단비씨와 사장이 단둘이 남았다. 새벽부터 폐쇄회로(CC)TV 속 단비씨는 제대로 서 있지 못하거나 바닥에 넘어지는 등 만취한 모습을 보인다. 오전 11시30분쯤, 사장은 제대로 걷지 못하는 단비씨를 뒤에서 껴안고 부축하는 자세로 CCTV 사각지대로 이동했다. 15분쯤 뒤 단비씨는 휘청거리며 사각지대에서 나왔고, 또 15분쯤 뒤 가게 밖으로 나왔다.
가게에서 나온 단비씨는 인스타그램으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사장한테 성폭행당했어. 죽고 싶어. 어떻게 해야 돼? 나 진짜 어떻게 해야 돼.” 연락받고 달려온 친구에게도 오열하며 소리쳤다. “나는 진짜 이거 아니라고 너무 싫다고 했는데 계속 그러잖아. 나 너무 죽을 것 같아서 너한테 전화했어.” 단비씨는 근처 지구대를 거쳐 경찰서에 가 사건을 신고했다. 사건 50여일이 지난 2월18일 저녁, 그는 문자메시지로 ‘불송치결정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피의자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혀 있었다. 단비씨는 사흘 뒤인 2월21일 새벽 휴대전화에 이의신청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던 딸은 떠났고, 딸의 억울함과 한을 풀고 싶은 엄마는 경찰이 들여다보지 않은 증거를 모았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지난 7월 대면인터뷰를 시작으로 유족과 접촉하며 유족이 수집한 기록들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단비씨는 12월28일 오후 2시쯤 근처 지구대로 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3시20분쯤 경찰서에 출석해 진술했다. 사건 당시 단비씨는 만취 상태였고 조사 때도 술이 깨지 않은 상태였다. 단비씨가 같은 날 오후 7시쯤 해바라기센터에서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085%였다. 위드마크 공식을 기반으로 역산해보면 경찰 조사 당시 단비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 수준으로 추정된다.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다는 뜻이다.
사건 당시에 대한 기억도 조각나 있었다. 피해자진술조서에는 단비씨가 “사장과 단둘이 술을 마시는데 (사장이) 구석 테이블로 끌고 가 범행을 했다. 어느 순간 소파 위에 누워 있고 사장님이 제 위에 있었고 옷이 벗겨져 있었던 것만 기억난다. ‘이건 아닌 것 같다, 하기 싫다’란 생각이 들어서 밀쳐내고 뛰어나왔다. 정확히 어떻게 밀쳐내고 어떻게 나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되어 있다. 사건 발생 시각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오전 6시부터 7시30분 사이라고 짐작했지만, 실제 사건 발생 시각인 오전 11시30분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도 단비씨에 대한 추가 조사는 없었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단 한 차례만 한 뒤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사건 발생 시각이 피해자 진술과 차이가 크고, 사건 직후 사장을 밀쳐내고 가게 밖으로 뛰어나왔다는 진술과 달리 “피해자가 사장과 웃으며 자연스럽게 대화 후 가게 밖을 나가는 모습이 CCTV에서 확인됐다”는 이유였다. 알 수 없는 단비씨의 표정을 경찰은 ‘웃는 얼굴’이라고 봤다. 동석자들이 함께 있었던 새벽 시간대에 사장과 단비씨가 껴안는 등 스킨십을 했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기억 단절로 잘못 진술한 내용을 바로잡을 기회는 단비씨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단비씨 어머니는 말했다. “사건 4시간 전에 스킨십이 있었다는 것이 어떻게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뜻이 되나요. 진술서에 기억 단절이 있었다는 주장이 모두 담겨 있는데 그걸 이유로 신빙성이 없다고 한다면… 진술 기회라도 다시 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불송치이유서에 단비씨가 손을 들고 사장에게 무언가 항의하는 듯한 장면, 취해서 제대로 걷지조차 못하는 장면 등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경찰은 강제수사도 하지 않았다. 피의자가 임의제출한, 사건 장면은 포함되지 않은 CCTV 영상의 일부만을 확인했을 뿐 영상 원본을 확보하지도 않았다. 사건 한참 전 자리를 뜬 참고인의 진술만을 들었다. 피의자 휴대전화나 통신 기록도, 단비씨가 친구들과 국선변호인 등에게 일관되게 피해를 호소한 기록도 확보하지 않았다. 성폭력 피해자의 전형적인 증상인 생식기 부위의 통증과 출혈 사실이 담긴 해바라기센터 의무 기록, 피해 트라우마로 받은 정신과 진료 기록 등도 경찰은 확인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많은 전문가가 이와 같은 경찰의 ‘사건 암장’을 우려한다. 경찰의 수사를 다른 기관에서 다시 한번 점검할 기회가 사라지면 수사가 더욱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폭력을 포함한 7대 범죄의 경우 검찰에 전건송치한다고 했지만 다른 범죄와 결합한 사건은 어떻게 처리할지도 미지수다. 피해자들은 경찰의 판단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추세다. 피해자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2021년 2만5048건에서 지난해 5만3406건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단비씨는 사망 전 남긴 이의신청서에 이렇게 썼다. “음주로 인한 기억 단절은 겉으로 보기에는 보행이나 대화가 가능해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상황 인식과 의사결정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입니다. 피해자의 실제 상태에 대한 검토 없이 단정적으로 항거불능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한 것은 증거 판단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본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피해자의 음주 상태와 기억 단절의 법적 의미, 동의 여부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독립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드립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법정에 가해자를 세워보지도 못한 채 수사 단계에서 주저앉는다. 이 사건은 검찰이 피의자 기소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피해자진술조서에 적힌 이 질문에 단비씨는 “네”라고 대답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경찰청은 범죄 피해자가 형사절차에서 갖는 권리와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보호조치 등을 규칙으로 정해두고 있고, 이를 안내서로 만들어 피해자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국선변호사 지원을 요청하거나 신뢰관계자와 동석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양형이나 유무죄에 대한 의견 진술을 할 권리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은 아예 작동하지 않았거나 실효적으로 기능하지 않았다. 단비씨는 친구와 함께 경찰서에 갔지만 진술 때는 친구가 동석하지 못했다.
성폭력 피해자는 경찰에게 국선변호사 선정을 요청할 수 있다. 단비씨에게도 국선변호사가 선정됐다. 단비씨는 국선변호사가 사건을 도와준다는 소식에 기뻐했다. 사건이 잘 진행되고 있냐는 친구의 질문에 “변호사랑 상담했어여!!”라는 답장을 보내며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조력을 받지는 못했다. 국선변호사가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피해자 조사가 끝나고도 열흘이 지난 1월7일이었다. 수사 초기이자 가장 결정적인 단계인 첫 조사에서는 변호사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국선변호사는 불송치 후 이의신청 절차를 안내해주는 정도의 제한적인 역할을 했다. 단비씨 어머니는 “국선변호사가 선정됐다고 좋아했던 메시지 내용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1차 조사 때 적절한 조력을 받았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단비씨는 계속해서 정신적 고통과 자해 충동을 호소했지만 관련된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수사관이 심리상담 직원을 연계해줬지만 단 2차례, 각각 56초와 4분의 통화만 이뤄졌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 오히려 부실수사의 핑계로 작동하기도 했다. 경찰은 단비씨를 한 차례만 조사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 조사를 최소화하라는 규칙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단비씨 유족을 지원하고 있는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 규정은 피해자가 계속해서 피해에 대한 기억을 상기해 반복 진술하면서 고통을 받는 걸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피해자진술조서 내용이 너무 적고, 피의자 진술과 상반되죠.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추가 조사가 필요해요. 때에 따라서 피해자들이 추가 진술을 하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피해자는 아니었어요. 계속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수사관에게 묻잖아요. 필요하면 자기가 갖고 있는 어떤 얘기도 더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건 명백히 2차 피해를 핑계로 부실수사를 한 것이죠.”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단비씨는 챗GPT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사망 전 챗GPT로 쓴 이의신청서를 휴대전화에 남기고 국선변호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변호사님 저 대신 꼭 이의신청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상담도 챗GPT에 했다. “나 죽으면 이렇게 너와 대화한 내용이 뉴스에 나올까?” “마음에서 피가 나는 것 같아. 한 달 넘게 멈추지 않는 것 같아.”
“헐 지금 가게에 형사 옴.” 사건 발생 3일 뒤, 단비씨는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받았다. 단비씨는 수사 상황을 이렇게 간접적으로만 전달받을 수 있었다. 사건 발생부터 사망까지 50일간 단비씨가 경찰과 통화한 횟수는 단 10번, 시간은 모두 합쳐 7분29초에 불과했다. 가장 긴 통화가 1분 남짓이었다. 피의자와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던 답답한 50일이 지났다.
2월17일 낮, 단비씨는 “현재 수사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담당수사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 오전 답장이 왔다. “사건은 일요일에 마무리되어 주거지 주소로 결과에 대한 내용을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부모에게 차마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던 단비씨는 문자로 안내해달라고 부탁했다. 오후 중 통지서를 보내겠다는 경찰의 말에 단비씨는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단비씨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나 너무 무서워 불송치 뜨면 어떡해? 무혐의 뜨면 어떡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면 어떡해?” 친구에게도 말했다. “야 같이 빌어 빨리, 검찰로 넘어가게.” 그날 오후 8시쯤 단비씨는 불송치결정통지서를 문자로 받았다.
단비씨만의 사례는 아니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 이외에는 수사 과정과 내용에 접근하기 어렵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인 김진주씨는 가해자가 검거된 사실조차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회상한다. 각종 증거에 접근할 권한도 제한적이다. 단비씨가 사망한 뒤 유족은 경찰에 제출된 CCTV 영상을 열람하고 싶어 했으나, 유족이 선임한 변호사조차 “CCTV를 검찰에서 받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경찰수사규칙은 수사 개시 3개월이 지난 후부터 고소·고발인이나 피해자에게 사건 진행 상황을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에게는 피가 말리는 시간이지만 3개월이 되기 전에는 경찰에서 조사받는 것 외에 피해자가 수사 내용을 알 방법이 없다. 단비씨가 받은 불송치결정통지서에도 혐의없음 처분의 이유가 간략하게만 적혀 있어, 단비씨는 이의신청을 위한 내용을 파악하기조차 어려웠다.
검찰은 3월16일 CCTV 영상 확인과 참고인 조사 등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4월7일 무혐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한 보완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지금도 유족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른다. 검찰에 몇차례 전화를 해봤지만 수사 중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단비씨 어머니는 말했다. 피의자인 사장의 휴대전화가 두 대였고, 검찰이 이를 포렌식했다는 사실 등은 최근에야 보도를 통해 접했다. “이건 언론보다 피해자 쪽이 먼저 알아야 하는 내용 아닌가요. 억울하면 언론에 얘기해야 하고, 언론을 통해 피해자가 사실을 알게 되고 이런 상황이 좀 한탄스러워요.” 단비씨 어머니의 말이다.
최근 유족은 고민 끝에 단비씨의 이름과 생전 모습의 일부를 공개했다. 아버지는 단비씨가 세상에 살다 갔다는 걸 한 명에게라도 더 알리고 싶어서라고 했고, 어머니는 가해자가 처벌받고 딸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라서라고 했다. “내가 원하는 건 우리 아이의 진실규명이에요. 그런데 진실이 규명되면 이런 게, 경찰 수사의 관행이나 문제가 바뀔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들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단비 친구들도, 저도 살겠죠. 그런데 또 그러다가도 잘 모르겠어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해요.” 단비씨 어머니가 인터뷰 말미에 남긴 말이다.
▼ 남지원 기자 somnia@khan.kr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9월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인구전략위원회로 확대·개편된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과 함께 출범한 지 20여년 만이다.
누군가는 지금까지 저고위의 노력이 실패라고 말한다.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으니 그 유혹은 더 크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지난 20년 동안 독박육아 가부장사회에서 이중돌봄·이중부양자 사회로 변화하는 고통스러운 전환기에 있었다. 전환을 이루어낼 관련 정책들은 네 차례의 기본계획을 거치며 끊임없이 진화했다. 보육과 양육비 지원에서 출발해 육아휴직과 일·가정 양립, 주거와 난임 지원으로 영역을 넓혔고, 제3차와 제4차 계획에서는 청년의 삶과 고용, 성평등 같은 구조적 조건까지 시야를 확장하려 했다.
최근 출산 반등도 이런 축적과 무관하지 않다.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에서 2025년 0.80으로 연속 상승했다. 전 청년 연령대에서 결혼의 꾸준한 증가와 성별임금격차의 지속적인 감소 그리고 남성 육아휴직 사용의 증가와 같은 변화들은 앞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20년 동안 축적된 제도와 사회적 학습이 지금의 작은 변화를 가능하게 한 토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안도할 상황은 아니다. 0.80은 여전히 매우 낮고, 청년 인구는 계속 줄어든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는 출산율이 조금 오른다고 되돌아가지 않는다. 수도권 과밀과 청년의 좌절은 이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하며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렇기에 이미 시작된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능동적 전략이 필수적이다.
그 점에서 새 인구전략기본법은 주목할 만하다. 법은 정책대상을 저출산·고령화를 넘어 지역별 인구 불균형, 가구 형태의 다양화, 국가 간 인구이동까지 넓혔다. 특히 제8조는 경쟁압력, 고용·주거 불안, 성별 불평등을 인구위기의 원인으로 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구조개혁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한다. 출산의 문제를 출산 자체가 아니라 사회구조에서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권한도 달라진다. 제34조에 따라 인구 관련 사업의 투자방향과 우선순위를 위원회와 사전에 협의하게 되고(사전예산협의제) 제41조에 따라 성과가 미흡하거나 중복된 사업에는 통합·축소·폐지와 예산조정을 권고할 수 있다. 기본계획을 만들고 평가하는 위원회에서, 정책과 예산의 방향까지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로 더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전략위원회가 합계출산율이라는 숫자 하나를 관리하는 거대한 기구가 된다면 금방 잊힐 것이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명확한 성과지표를 제시하고 투명하게 보고할 필요가 있다. 청년에게 안정적인 삶과 주거가 있는지, 아이가 경력에 페널티가 되지 않는지,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교육·의료·돌봄을 누릴 수 있는지, 이민자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착하고 있는지, 그리고 인공지능과 기후위기의 시대에 다음 세대에게 괜찮은 일자리와 지속 가능한 삶을 남길 수 있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법안에 따르면 위원회의 정책과 예산 권고는 기획예산처가 ‘존중’하게 되어 있다. 사전예산협의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꼼꼼히 심의할 전문인력이나 관련 부처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이제 막 U자 그래프 최저점을 지나 올라서려 하고 있다. 저고위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수레의 속도를 낮추려고 했다면, 인구전략위원회는 이제 그 수레가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부담을 가지고 출범한다. 과거를 성찰하며, 인구전략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사람들이 현재를 행복하게 살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새로운 위원회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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