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변호사 [하승우의 풀뿌리]위원회와 생중계의 샛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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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3 댓글 0건 조회 250회 작성일 26-08-07 14:19본문
의정부변호사 지난 윤석열 정부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의 지자체 위원회들 중 총 3000개를 정비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 위원회 정비 지침’을 만들었다. 그리고 행정안전부는 회의 실적이 저조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위원회들을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총 1362개나 정비했다며 이를 실적으로 홍보했다. 그 내용을 보면, 폐지되거나 통합된 위원회가 671개, 비상설화된 위원회가 651개나 되었다.
그런데 위원회의 정비가 필요하더라도 시민들이 참여할 다른 통로를 마련하지 않고서 그 수를 일방적으로 줄이는 게 민주적일까? 한때 유행했던 거버넌스가 전반적으로 퇴조하고 있는 현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 정권이 바뀐 뒤에도 위원회 활동은 계속 위축되고 있다.
운영 개선 노력도 않고 위원회 통폐합
위원회 제도가 한국에 도입된 건 정책의 영향을 받는 시민들을 그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였다. 행정이 동원했던 관변 위원회에서 시민이나 활동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로 그 성격이 바뀐 건 민주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았다. 폐쇄적인 행정을 민주화하려면 위원회를 더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위원회가 잘 운영되지 않으니 일률적으로 그 수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행안부의 지침을 핑계 삼아 지자체들이 위원회 구성을 거부하거나 다른 위원회로 기능을 떠넘기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행정의 책임이 컸다. 일단 대부분의 민간위원들이 대학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시민 참여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했다. 일반시민을 참여시켜서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질을 높이는 것이 위원회의 취지인데,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정책에 관한 토론과 논의의 확산이 잘 안된다. 시민들은 무슨 위원회가 어떤 사안을 다루는지 모르고, 전문가들의 위원회는 형식적인 자문 기능만 수행한다.
그리고 운영의 문제도 있었다.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회의를 자주 하기 어렵기 때문에 분과나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일이 된다. 그러려면 행정이 위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안건을 준비하고 회의를 기록하고 회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환류해야 한다. 행정이 그런 노력을 안 하니 위원회 활동이 줄어든다.
또한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을 보통 단체장이나 부단체장이 맡다보니 위원회가 행정을 대변하게 된다. 반대로 민간위원들이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회의를 열고 사안을 다루도록 하면 위원회가 활성화될 수 있다. 나아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도록 위원회를 개방하고 표결은 위원들이 맡되 주민들이 참여하고 발언하는 형태로 바꾸면 위원회는 민주주의의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시민의 ‘행정 참여 통로’ 활성화를
이렇게 위원회를 발전시켜야 할 판에 우리는 활동이 없다면서 그 수를 줄이고 있다.
문제는 위원회의 수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위원회들이 대면회의를 열지 않고 비대면 심의를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어떤 안건을 살피고 의논한다는 심의의 뜻은 사라지고 회의는 단순한 의견 제시나 찬반으로 대체되어 버렸다.
지난 7월, 부산대학교의 김해원 교수는 부산 연제구의 부구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부구청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위원들의 의견교환 없이 찬반만 표시하는 서면심의를 진행해서 자신의 심의권과 민원인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취지였다. 위원회의 회의록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아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위원회조차 형식적으로 운영되니 다른 위원회의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다.
최근 대통령이나 단체장들이 공무원들과의 회의를 공개하고 시민들의 문자를 직접 받는 소통폰을 마련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회의를 공개하고 직접 소통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심의를 대체할 수는 없다. 정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시민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할 때 민주주의는 퇴행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위원회의 활성화와 생중계 사이의 다양한 통로들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민원 해결이 아니라 정부와 시민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실험들을 통해 활성화될 수 있다. 내란 이후의 민주주의가 가야 할 길이다.
전남광주에서 귀가하던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팀의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장씨 아버지가 광주지역 현직 경찰인 것은 맞지만, 중간 간부급인 경감이 국민 이목이 쏠렸던 강력사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겠느냐는 주장이다.
장씨는 지난 5월5일 0시10분쯤 이채원양(17)을 살해했다. 당시 광산경찰서는 용의자를 빠르게 추적, 사건 발생 12시간도 채 되지 않은 오전 11시24분쯤 장씨를 검거했다.
경찰이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장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강력사건 수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검찰 보완수사에서는 전혀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장씨 혐의를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해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장 경감이 아들의 범행 직후 ‘강간 살인’ 핵심 증거들을 인멸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장 경감이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증거를 인멸할 수 있었던 데는 수사팀의 상식 밖 대응이 자리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장씨 차량 조회를 통해 아버지가 장 경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무고한 여고생을 살해한 범인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라면 경찰은 더욱 수사에 공정성을 기해야 했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경찰 내부에서는 “아버지와 상관없는 범죄”라며 장 경감을 감싸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수사팀은 장 경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수사정보도 알려줬다. 지난해 장 경감과 6개월간 같은 지구대에서 근무했던 경찰관이 수사팀에 있었지만 배제하지도 않았다.
장 경감은 사건 다음날 범행에 쓰인 아들 차량을 넘겨달라고 수사팀에 요구했다. 범행의 중요한 증거였지만 수사팀은 차량을 압수하지 않고 장 경감에게 순순히 넘겨줬다. 장 경감은 혈흔이 묻은 차량을 세차하고 케이블타이를 비롯한 물품들도 모두 정리했다. 장씨 원룸에 있던 훼손된 성인인형 2개는 조각낸 뒤 두 곳에 나눠 폐기했다. 집에 보관하고 있었던 장씨의 고등학교 시절 휴대전화 등도 모두 불태워 없앴다. 모두 ‘강간 목적 살인’의 유력한 증거였다.
장 경감은 검찰에서 “아들의 범행이 성적인 목적과 연관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진술했다. 현직 경찰인 그는 이들 증거가 아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 경감과 수사팀은 전화 통화도 12번이나 했다. 수사팀은 장 경감에게 유치장에 있는 아들과 면회가 가능한지 여부도 알려줬고 그는 아들을 3차례 만났다. 일반인이라면 모두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 수사 지휘부는 “특혜를 주거나 혐의를 축소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수사팀이 장 경감에게 수사정보 등을 제공한 이상, 공정성은 이미 훼손됐다.
이양의 어머니는 “누구보다 엄정하게 수사해 딸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 믿었던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니라 살인마의 편이었다”고 절규했다.
경찰 내부에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수사팀을 두둔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무책임하다. 경찰은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 독점적 수사권을 가지게 된 경찰은 무너진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런데 위원회의 정비가 필요하더라도 시민들이 참여할 다른 통로를 마련하지 않고서 그 수를 일방적으로 줄이는 게 민주적일까? 한때 유행했던 거버넌스가 전반적으로 퇴조하고 있는 현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 정권이 바뀐 뒤에도 위원회 활동은 계속 위축되고 있다.
운영 개선 노력도 않고 위원회 통폐합
위원회 제도가 한국에 도입된 건 정책의 영향을 받는 시민들을 그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였다. 행정이 동원했던 관변 위원회에서 시민이나 활동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로 그 성격이 바뀐 건 민주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았다. 폐쇄적인 행정을 민주화하려면 위원회를 더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위원회가 잘 운영되지 않으니 일률적으로 그 수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행안부의 지침을 핑계 삼아 지자체들이 위원회 구성을 거부하거나 다른 위원회로 기능을 떠넘기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행정의 책임이 컸다. 일단 대부분의 민간위원들이 대학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시민 참여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했다. 일반시민을 참여시켜서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질을 높이는 것이 위원회의 취지인데,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정책에 관한 토론과 논의의 확산이 잘 안된다. 시민들은 무슨 위원회가 어떤 사안을 다루는지 모르고, 전문가들의 위원회는 형식적인 자문 기능만 수행한다.
그리고 운영의 문제도 있었다.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회의를 자주 하기 어렵기 때문에 분과나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일이 된다. 그러려면 행정이 위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안건을 준비하고 회의를 기록하고 회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환류해야 한다. 행정이 그런 노력을 안 하니 위원회 활동이 줄어든다.
또한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을 보통 단체장이나 부단체장이 맡다보니 위원회가 행정을 대변하게 된다. 반대로 민간위원들이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회의를 열고 사안을 다루도록 하면 위원회가 활성화될 수 있다. 나아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도록 위원회를 개방하고 표결은 위원들이 맡되 주민들이 참여하고 발언하는 형태로 바꾸면 위원회는 민주주의의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시민의 ‘행정 참여 통로’ 활성화를
이렇게 위원회를 발전시켜야 할 판에 우리는 활동이 없다면서 그 수를 줄이고 있다.
문제는 위원회의 수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위원회들이 대면회의를 열지 않고 비대면 심의를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어떤 안건을 살피고 의논한다는 심의의 뜻은 사라지고 회의는 단순한 의견 제시나 찬반으로 대체되어 버렸다.
지난 7월, 부산대학교의 김해원 교수는 부산 연제구의 부구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부구청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위원들의 의견교환 없이 찬반만 표시하는 서면심의를 진행해서 자신의 심의권과 민원인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취지였다. 위원회의 회의록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아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위원회조차 형식적으로 운영되니 다른 위원회의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다.
최근 대통령이나 단체장들이 공무원들과의 회의를 공개하고 시민들의 문자를 직접 받는 소통폰을 마련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회의를 공개하고 직접 소통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심의를 대체할 수는 없다. 정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시민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할 때 민주주의는 퇴행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위원회의 활성화와 생중계 사이의 다양한 통로들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민원 해결이 아니라 정부와 시민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실험들을 통해 활성화될 수 있다. 내란 이후의 민주주의가 가야 할 길이다.
전남광주에서 귀가하던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팀의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장씨 아버지가 광주지역 현직 경찰인 것은 맞지만, 중간 간부급인 경감이 국민 이목이 쏠렸던 강력사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겠느냐는 주장이다.
장씨는 지난 5월5일 0시10분쯤 이채원양(17)을 살해했다. 당시 광산경찰서는 용의자를 빠르게 추적, 사건 발생 12시간도 채 되지 않은 오전 11시24분쯤 장씨를 검거했다.
경찰이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장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강력사건 수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검찰 보완수사에서는 전혀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장씨 혐의를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해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장 경감이 아들의 범행 직후 ‘강간 살인’ 핵심 증거들을 인멸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장 경감이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증거를 인멸할 수 있었던 데는 수사팀의 상식 밖 대응이 자리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장씨 차량 조회를 통해 아버지가 장 경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무고한 여고생을 살해한 범인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라면 경찰은 더욱 수사에 공정성을 기해야 했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경찰 내부에서는 “아버지와 상관없는 범죄”라며 장 경감을 감싸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수사팀은 장 경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수사정보도 알려줬다. 지난해 장 경감과 6개월간 같은 지구대에서 근무했던 경찰관이 수사팀에 있었지만 배제하지도 않았다.
장 경감은 사건 다음날 범행에 쓰인 아들 차량을 넘겨달라고 수사팀에 요구했다. 범행의 중요한 증거였지만 수사팀은 차량을 압수하지 않고 장 경감에게 순순히 넘겨줬다. 장 경감은 혈흔이 묻은 차량을 세차하고 케이블타이를 비롯한 물품들도 모두 정리했다. 장씨 원룸에 있던 훼손된 성인인형 2개는 조각낸 뒤 두 곳에 나눠 폐기했다. 집에 보관하고 있었던 장씨의 고등학교 시절 휴대전화 등도 모두 불태워 없앴다. 모두 ‘강간 목적 살인’의 유력한 증거였다.
장 경감은 검찰에서 “아들의 범행이 성적인 목적과 연관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진술했다. 현직 경찰인 그는 이들 증거가 아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 경감과 수사팀은 전화 통화도 12번이나 했다. 수사팀은 장 경감에게 유치장에 있는 아들과 면회가 가능한지 여부도 알려줬고 그는 아들을 3차례 만났다. 일반인이라면 모두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 수사 지휘부는 “특혜를 주거나 혐의를 축소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수사팀이 장 경감에게 수사정보 등을 제공한 이상, 공정성은 이미 훼손됐다.
이양의 어머니는 “누구보다 엄정하게 수사해 딸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 믿었던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니라 살인마의 편이었다”고 절규했다.
경찰 내부에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수사팀을 두둔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무책임하다. 경찰은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 독점적 수사권을 가지게 된 경찰은 무너진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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