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덜 차별적인 사회를 만들자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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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3 댓글 0건 조회 242회 작성일 26-08-07 02:34본문
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 너무 덥다. 월요일에는 일 최고기온이 40도가 넘는 관측지점이 열 곳을 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제는 급기야 오후 10시의 바깥 기온이 33도라는 스마트폰 알림이 떴다. “지구가 살균소독 돌리고 있는데 인간이 눈치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소셜미디어 글을 보고는 진짜 그런 것 같아서 헛웃음이 났다. 디스토피아 같은 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 대도시 사무직 노동자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근길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다 숨이 막히고 지하철로 환승하는 동안 땀범벅이 되지만 냉방 중인 사무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면 여느 때처럼 보송보송한 하루가 시작된다. 산책도 운동도 어려워졌지만 그뿐이다.
이런 말들이 다 한가하게 들릴 정도로 사람이 죽어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난 3일까지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19명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전남광주 해남에서는 태국 국적의 30대 남성 이주노동자가 폭염 속 고추밭에서 비료를 살포하는 작업을 하다 쓰러져 숨졌다. 입국한 지 사흘만이었다. 그는 관광비자로 들어와 곧바로 인력소개소를 통해 일하기 시작했고, 사고 당일에도 오전 6시30분부터 밭일을 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이주노동자 4명이 폭염 속에서 일하다 죽었다.
영화 <기생충>의 기택 가족은 폭우로 반지하 집이 침수돼 이재민이 됐지만,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박 사장과 연교는 “비가 많이 오고 나니 날씨가 좋아졌다”며 정원 파티를 준비한다. 폭염과 기후위기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공평하게 닥치는 재난이지만 그 영향은 차별적이다. 정확히는 나를 관통하는 취약성(들)을 재난은 더 극적으로 끄집어내 공격한다.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체류자격과 서툰 한국어라는 취약성은 재난과 같은 폭염과 만나면서 단순한 차별이 아니라 목숨을 가르는 변수가 됐다.
취약성이 교차할수록 위험은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쪽방촌 주민들은 폭염에 가장 위협받는 집단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여성 주민들은 더 고통받는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정은아·하바라 연구원이 2021년 쓴 보고서 ‘가중되는 기후위기, 여성이주농업노동자, 쪽방촌여성’에는 이런 증언이 나온다. “(더울 때 밖에서 더위 피하는 건) 다 남자야. 여자들은 너무 더워도 집에 있지. 샤워하고, 선풍기 틀고.” 열대야에 남성 주민들은 밖으로 나가 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남성 공간에 섞이는 불편함과 위협을 감내해야 하는 여성 주민들은 그러기가 어렵다. 서울시가 쪽방촌 공용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했지만 여성들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방문을 닫고 지낸다는 보도도 있었다. ‘여성이 폭염에 더 취약하다’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폭염에 취약해지는 상황과 환경이 있다는 뜻이다.
폭염 속 옥외 작업자들은 대체로 모두 온열질환 고위험군이지만, 최근 5년간 온열질환 산업재해 10명 중 7명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됐다. 작은 사업장은 대기업보다 온열질환 대응책도 부실할 수밖에 없고 고령층 노동자도 더 많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적도 부근과 저개발국에 집중되는데 그 지역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빈곤층이다. 도시의 가난한 노인들은 여름철이면 공원 나무그늘이나 지하철 역사, 공공쉼터 등에서 몸을 식히지만 신체적 불편이 있다면 집을 나서기조차 힘들 수 있다. 계급과 젠더, 노동시장에서의 지위와 연령, 지역과 빈곤과 장애가 얽혀 위험을 키운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기후위기에도 일상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사람보다 훨씬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너무 더웠다던 1994년보다도 2018년보다도 2024년보다도 올해가 더 덥다. ‘역대급 폭염’의 주기도 점점 짧아진다. 내년은 얼마나 더울지, 그 이듬해는 어떨지 알 수 없다. 일상적인 비 대신 집중호우가 내리고 나머지 계절에는 가뭄이 들어 산불이 나고 겨울은 극단적으로 추워진다. 극단화되는 날씨로 인한 재난을 어떻게 막을까. 아니 막는다고 막아지기는 할까. 정은아 연구원은 2022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과학적 해결책뿐 아니라 사회를 덜 차별적이게 만드는 것도 기후위기 대응책”이라고 했다. 기후변화 자체의 속도를 늦추는 것 외에도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얘기다.
▼ 남지원 젠더데스크 somnia@khan.kr
시인 정끝별이 여전히 탁월한 언어 감각이 담긴 신작 시집으로 돌아왔다. 특유의 유머와 말놀이가 담긴 시집은 ‘엄마’ 그리고 ‘이별’이라는 정서에 집중한다. ‘엄마 집을 다녀오다’라는 시로 시작해, 죽음이 오기 전 작별의 길에 먼저 들어가 “누가 뭐래도 그건 끝내주는 생이었다고” 말하는 시 ‘사전 장례식’으로 끝난다. 시집은 이렇게 떠나버린 엄마를 비롯해 상실의 아픔을 노래하는 것을 넘어서 인생 전체를 아우른다. 시인은 신작에서 유독 ‘엄마’와 관련된 시편이 여럿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출판사 인터뷰에서 “시는 모어, 자신을 낳아준 엄마의 언어로 쓰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엄마는 시간이고 죽음이고, 기억이고 상실이고, 낳음이고 애씀”이라며 “엄마에서 비롯되었으니 엄마를 엄마로 쓰는 일, 그러니까 시를 쓰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1988년 ‘문학사상’에 시가,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된 후 시 쓰기와 평론 활동을 병행해오고 있다. 시집으로 <자작나무 내 인생> <은는이가>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등을 냈다.
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 다목적홀에서는 특별한 운동회가 열렸다. 서로 다른 학교, 지역에서 모인 청소년 150여명이 섞여 공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움직임에 발을 맞췄다. 경기장 안에서 함께 뛰며 웃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다문화가정 출신이지만 이 아이들에게 출신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날 열린 행사는 ‘2026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여름캠프’다. 삼성그룹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다문화·비다문화 청소년이 축구·농구·배구·배드민턴·티볼 가운데 한 종목을 골라 함께 배울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캠프는 상반기 수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배운 종목을 즐기고 교류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다른 학교·지역서 온 다문화·비다문화 청소년 150명 호흡 맞춰‘꿈을 모아’ 등 7종목 진행…“배경 몰라요, 그냥 같이하는 친구”클래스 참여한 청소년들, 사회성·정서 재는 9개 지표 모두 개선
캠프에 아이들만 온 것은 아니었다. 제일기획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호텔신라, 에스원, 삼성서울병원, 삼성웰스토리 등 계열사 9곳의 임직원들이 사내 스포츠 동호회를 중심으로 참여했다. ‘특별활동’에 참여해온 이들은 이날 종목에 따라 한 팀에 8~10명씩 들어가 아이들과 조를 이뤘다. 올해는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단 선수들도 합류해 의미를 더했다.
운동회 첫 종목은 여러 명이 힘을 모아 공을 옮기는 ‘꿈을 모아’였다. 팀원 전원이 기다란 천의 양쪽을 나눠 잡고 마주 섰다. 천 한가운데에 커다란 공이 올라가자 아이들은 신호에 맞춰 천을 아래위로 흔들어 공을 반대편으로 밀어 보냈다. 천 위의 공은 ‘꿈’을 의미했다.
한 명이라도 손을 놓으면 공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다. 아이들은 천 양쪽의 균형을 맞추며 움직였다. “자리 바꾸자” “지금 내려야 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고, 누군가의 움직임이 늦어지면 기다리며 호흡을 맞췄다.
협동이 필요한 종목들은 계속됐다. 이어진 ‘꿈을 타고’에서는 세 명이 한 조가 돼 말 모양 튜브에 올라 반환점을 돌아왔다. 속도를 내는 것보다 서로의 움직임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한 사람이 먼저 움직이면 균형이 흔들릴 수 있어 아이들은 “같이 가자”고 외치며 호흡을 맞췄다.
배구 종목 ‘옹기종기 스트라이크’ 역시 세 명이 한 조였다. 첫 번째 아이가 네트 위로 공을 넘기면 두 번째 아이가 그 공을 들고 림보를 통과해 세 번째 아이에게 건넸고, 마지막 아이가 표적을 맞혔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였던 축구는 상대 팀의 러버콘을 공으로 쓰러뜨려 땅을 넓히는 ‘땅따먹기’ 방식으로 치러졌다. 공격수와 골키퍼 역할을 나눠 맡은 아이들은 언제 공을 차고, 누구를 막을지 서로 의견을 나누며 팀 전략을 짰다. 혼자 공을 잘 차는 것보다 팀원들과 움직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경기였다.
이날 치른 일곱 종목 가운데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잘하는 아이 한 명이 앞서 나가는 방식으로는 어떤 경기도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캠프를 찾은 아이들의 소감에는 ‘함께’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인천 중구에서 온 김하준군(초등6·가명)은 부모 중 한 명이 미국에서 온 이주배경 청소년이다.
그는 “학교에는 친구들이 너무 적으니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여긴 친구들이 많아서 좋다”며 “함께 움직이고 응원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경계는 이미 없었다. 누가 어느 나라 배경인지는 아이들의 관심 밖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온 한수정양(초등4·가명)은 “친구들이 다문화가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같이하는 친구다”라고 했다.
그동안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쌓은 경험은 글로도 확인됐다. 앞서 삼성과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5월 스포츠 클래스에 참여한 청소년과 보호자, 기관 담당자를 대상으로 제1회 일기·편지·에세이 공모전을 열었다.
총 102건의 작품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이주배경 청소년은 54%로, 중국·일본·베트남·우즈베키스탄 등 16개국에 걸쳐 있었다. 심사를 거쳐 성평등가족부 장관상, 제일기획 대표이사상 등 총 11명의 수상자가 선정됐고, 이날 시상식에는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이 참석했다.
수상작에는 스포츠 클래스 활동 속에서 아이들이 직접 경험한 변화가 담겼다.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은 처음에는 주변에 다문화 친구가 없어 말이 잘 통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썼다.
하지만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멋진 친구들이 단지 다문화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화가 났다”고 적었다.
인천 남동구가족센터 최원주 사회복지사의 글에는 그 변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겼다. 그는 “첫 수업 때만 해도 다문화 아이들은 다문화 아이들끼리, 비다문화 아이들은 저희끼리 모여 앉았는데 조별 활동으로 한 책상에 섞여 앉고, 코트에서 패스를 주고받는 사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시작했다”며 “그러다 한 아이가 ‘어? 형이 베트남 사람이었어?’라고 아무렇지 않게 되묻더라”고 전했다.
이런 변화는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진이 지난해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에 참여한 청소년 207명을 상대로 사전·사후 조사를 한 결과 사회성과 정서를 재는 9개 지표가 모두 개선됐다.
갈등 해결은 81.0에서 96.3으로, 자기긍정은 83.6에서 93.5로 올랐다. 협동심과 공감능력, 다문화포용 지표도 함께 높아졌다.
특히 사회적 위축은 29.7에서 9.7로, 우울은 24.3에서 4.9로 대폭 낮아졌다.
이날 특별한 운동회가 열린 오후 4시까지 여섯 시간 동안 체육관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말들이 다 한가하게 들릴 정도로 사람이 죽어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난 3일까지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19명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전남광주 해남에서는 태국 국적의 30대 남성 이주노동자가 폭염 속 고추밭에서 비료를 살포하는 작업을 하다 쓰러져 숨졌다. 입국한 지 사흘만이었다. 그는 관광비자로 들어와 곧바로 인력소개소를 통해 일하기 시작했고, 사고 당일에도 오전 6시30분부터 밭일을 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이주노동자 4명이 폭염 속에서 일하다 죽었다.
영화 <기생충>의 기택 가족은 폭우로 반지하 집이 침수돼 이재민이 됐지만,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박 사장과 연교는 “비가 많이 오고 나니 날씨가 좋아졌다”며 정원 파티를 준비한다. 폭염과 기후위기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공평하게 닥치는 재난이지만 그 영향은 차별적이다. 정확히는 나를 관통하는 취약성(들)을 재난은 더 극적으로 끄집어내 공격한다.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체류자격과 서툰 한국어라는 취약성은 재난과 같은 폭염과 만나면서 단순한 차별이 아니라 목숨을 가르는 변수가 됐다.
취약성이 교차할수록 위험은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쪽방촌 주민들은 폭염에 가장 위협받는 집단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여성 주민들은 더 고통받는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정은아·하바라 연구원이 2021년 쓴 보고서 ‘가중되는 기후위기, 여성이주농업노동자, 쪽방촌여성’에는 이런 증언이 나온다. “(더울 때 밖에서 더위 피하는 건) 다 남자야. 여자들은 너무 더워도 집에 있지. 샤워하고, 선풍기 틀고.” 열대야에 남성 주민들은 밖으로 나가 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남성 공간에 섞이는 불편함과 위협을 감내해야 하는 여성 주민들은 그러기가 어렵다. 서울시가 쪽방촌 공용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했지만 여성들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방문을 닫고 지낸다는 보도도 있었다. ‘여성이 폭염에 더 취약하다’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폭염에 취약해지는 상황과 환경이 있다는 뜻이다.
폭염 속 옥외 작업자들은 대체로 모두 온열질환 고위험군이지만, 최근 5년간 온열질환 산업재해 10명 중 7명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됐다. 작은 사업장은 대기업보다 온열질환 대응책도 부실할 수밖에 없고 고령층 노동자도 더 많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적도 부근과 저개발국에 집중되는데 그 지역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빈곤층이다. 도시의 가난한 노인들은 여름철이면 공원 나무그늘이나 지하철 역사, 공공쉼터 등에서 몸을 식히지만 신체적 불편이 있다면 집을 나서기조차 힘들 수 있다. 계급과 젠더, 노동시장에서의 지위와 연령, 지역과 빈곤과 장애가 얽혀 위험을 키운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기후위기에도 일상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사람보다 훨씬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너무 더웠다던 1994년보다도 2018년보다도 2024년보다도 올해가 더 덥다. ‘역대급 폭염’의 주기도 점점 짧아진다. 내년은 얼마나 더울지, 그 이듬해는 어떨지 알 수 없다. 일상적인 비 대신 집중호우가 내리고 나머지 계절에는 가뭄이 들어 산불이 나고 겨울은 극단적으로 추워진다. 극단화되는 날씨로 인한 재난을 어떻게 막을까. 아니 막는다고 막아지기는 할까. 정은아 연구원은 2022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과학적 해결책뿐 아니라 사회를 덜 차별적이게 만드는 것도 기후위기 대응책”이라고 했다. 기후변화 자체의 속도를 늦추는 것 외에도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얘기다.
▼ 남지원 젠더데스크 somnia@khan.kr
시인 정끝별이 여전히 탁월한 언어 감각이 담긴 신작 시집으로 돌아왔다. 특유의 유머와 말놀이가 담긴 시집은 ‘엄마’ 그리고 ‘이별’이라는 정서에 집중한다. ‘엄마 집을 다녀오다’라는 시로 시작해, 죽음이 오기 전 작별의 길에 먼저 들어가 “누가 뭐래도 그건 끝내주는 생이었다고” 말하는 시 ‘사전 장례식’으로 끝난다. 시집은 이렇게 떠나버린 엄마를 비롯해 상실의 아픔을 노래하는 것을 넘어서 인생 전체를 아우른다. 시인은 신작에서 유독 ‘엄마’와 관련된 시편이 여럿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출판사 인터뷰에서 “시는 모어, 자신을 낳아준 엄마의 언어로 쓰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엄마는 시간이고 죽음이고, 기억이고 상실이고, 낳음이고 애씀”이라며 “엄마에서 비롯되었으니 엄마를 엄마로 쓰는 일, 그러니까 시를 쓰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1988년 ‘문학사상’에 시가,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된 후 시 쓰기와 평론 활동을 병행해오고 있다. 시집으로 <자작나무 내 인생> <은는이가>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등을 냈다.
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 다목적홀에서는 특별한 운동회가 열렸다. 서로 다른 학교, 지역에서 모인 청소년 150여명이 섞여 공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움직임에 발을 맞췄다. 경기장 안에서 함께 뛰며 웃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다문화가정 출신이지만 이 아이들에게 출신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날 열린 행사는 ‘2026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여름캠프’다. 삼성그룹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다문화·비다문화 청소년이 축구·농구·배구·배드민턴·티볼 가운데 한 종목을 골라 함께 배울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캠프는 상반기 수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배운 종목을 즐기고 교류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다른 학교·지역서 온 다문화·비다문화 청소년 150명 호흡 맞춰‘꿈을 모아’ 등 7종목 진행…“배경 몰라요, 그냥 같이하는 친구”클래스 참여한 청소년들, 사회성·정서 재는 9개 지표 모두 개선
캠프에 아이들만 온 것은 아니었다. 제일기획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호텔신라, 에스원, 삼성서울병원, 삼성웰스토리 등 계열사 9곳의 임직원들이 사내 스포츠 동호회를 중심으로 참여했다. ‘특별활동’에 참여해온 이들은 이날 종목에 따라 한 팀에 8~10명씩 들어가 아이들과 조를 이뤘다. 올해는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단 선수들도 합류해 의미를 더했다.
운동회 첫 종목은 여러 명이 힘을 모아 공을 옮기는 ‘꿈을 모아’였다. 팀원 전원이 기다란 천의 양쪽을 나눠 잡고 마주 섰다. 천 한가운데에 커다란 공이 올라가자 아이들은 신호에 맞춰 천을 아래위로 흔들어 공을 반대편으로 밀어 보냈다. 천 위의 공은 ‘꿈’을 의미했다.
한 명이라도 손을 놓으면 공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다. 아이들은 천 양쪽의 균형을 맞추며 움직였다. “자리 바꾸자” “지금 내려야 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고, 누군가의 움직임이 늦어지면 기다리며 호흡을 맞췄다.
협동이 필요한 종목들은 계속됐다. 이어진 ‘꿈을 타고’에서는 세 명이 한 조가 돼 말 모양 튜브에 올라 반환점을 돌아왔다. 속도를 내는 것보다 서로의 움직임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한 사람이 먼저 움직이면 균형이 흔들릴 수 있어 아이들은 “같이 가자”고 외치며 호흡을 맞췄다.
배구 종목 ‘옹기종기 스트라이크’ 역시 세 명이 한 조였다. 첫 번째 아이가 네트 위로 공을 넘기면 두 번째 아이가 그 공을 들고 림보를 통과해 세 번째 아이에게 건넸고, 마지막 아이가 표적을 맞혔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였던 축구는 상대 팀의 러버콘을 공으로 쓰러뜨려 땅을 넓히는 ‘땅따먹기’ 방식으로 치러졌다. 공격수와 골키퍼 역할을 나눠 맡은 아이들은 언제 공을 차고, 누구를 막을지 서로 의견을 나누며 팀 전략을 짰다. 혼자 공을 잘 차는 것보다 팀원들과 움직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경기였다.
이날 치른 일곱 종목 가운데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잘하는 아이 한 명이 앞서 나가는 방식으로는 어떤 경기도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캠프를 찾은 아이들의 소감에는 ‘함께’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인천 중구에서 온 김하준군(초등6·가명)은 부모 중 한 명이 미국에서 온 이주배경 청소년이다.
그는 “학교에는 친구들이 너무 적으니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여긴 친구들이 많아서 좋다”며 “함께 움직이고 응원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경계는 이미 없었다. 누가 어느 나라 배경인지는 아이들의 관심 밖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온 한수정양(초등4·가명)은 “친구들이 다문화가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같이하는 친구다”라고 했다.
그동안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쌓은 경험은 글로도 확인됐다. 앞서 삼성과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5월 스포츠 클래스에 참여한 청소년과 보호자, 기관 담당자를 대상으로 제1회 일기·편지·에세이 공모전을 열었다.
총 102건의 작품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이주배경 청소년은 54%로, 중국·일본·베트남·우즈베키스탄 등 16개국에 걸쳐 있었다. 심사를 거쳐 성평등가족부 장관상, 제일기획 대표이사상 등 총 11명의 수상자가 선정됐고, 이날 시상식에는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이 참석했다.
수상작에는 스포츠 클래스 활동 속에서 아이들이 직접 경험한 변화가 담겼다.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은 처음에는 주변에 다문화 친구가 없어 말이 잘 통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썼다.
하지만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멋진 친구들이 단지 다문화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화가 났다”고 적었다.
인천 남동구가족센터 최원주 사회복지사의 글에는 그 변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겼다. 그는 “첫 수업 때만 해도 다문화 아이들은 다문화 아이들끼리, 비다문화 아이들은 저희끼리 모여 앉았는데 조별 활동으로 한 책상에 섞여 앉고, 코트에서 패스를 주고받는 사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시작했다”며 “그러다 한 아이가 ‘어? 형이 베트남 사람이었어?’라고 아무렇지 않게 되묻더라”고 전했다.
이런 변화는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진이 지난해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에 참여한 청소년 207명을 상대로 사전·사후 조사를 한 결과 사회성과 정서를 재는 9개 지표가 모두 개선됐다.
갈등 해결은 81.0에서 96.3으로, 자기긍정은 83.6에서 93.5로 올랐다. 협동심과 공감능력, 다문화포용 지표도 함께 높아졌다.
특히 사회적 위축은 29.7에서 9.7로, 우울은 24.3에서 4.9로 대폭 낮아졌다.
이날 특별한 운동회가 열린 오후 4시까지 여섯 시간 동안 체육관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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