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대신 군봇···“키 왼편 10도!” 팔 셋 달린 수병, 함선 키를 잡다 [외교안보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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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3 댓글 0건 조회 46회 작성일 26-08-17 19:39본문
“키 왼편 10도, 110도 잡아.”
군함의 항해를 지휘하는 함교 당직사관의 지시가 떨어졌다. “키 왼편 10도, 110도 잡아” 지시를 복명복창한 건 사람이 아닌 조타수 로봇이었다. 조타수의 복명복창은 당직사관의 지시를 정확히 들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로봇은 함정의 핸들(타기)을 좌우로 몇 번 돌리더니 기계음을 내며 “키 왼편 10도, 110도 잡기 끝”을 외쳤다. 뱃머리를 좌측으로 10도만큼 돌린 뒤, 배의 진행 방향인 침로를 110도에 맞춰 항해하라는 지시를 이행했다는 의미였다.
지난달 23일 경남 진해의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이 타기를 잡았다. 키 165cm에 몸무게 65kg인 파이봇은 이날 시뮬레이터로 진행된 해상 당직 업무 수행 로봇 전투 실험에 참가했다.
조타수는 선장이나 당직 항해사의 명령에 따라 타기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업무는 파도와 바람, 장애물에 따라 끊임없이 타기를 좌우로 조정해야 해 피로도가 높은 업무로 꼽힌다. ‘사람 승조원’의 경우 돌아가며 4시간씩 조타수 역할을 맡는다. 해군은 조타수를 로봇이 대체하면 승조원의 당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본다.
해군이 파이봇을 도입하려는 다른 현실적 이유도 있다. 현재 해군의 간부화 함정은 20여척이다. 간부화 함정은 의무복무하는 수병이 없거나 수병 비율을 최소화한 함정을 뜻한다. 함정에 탈 현역병이 점차 줄어들면서 2023년 3월 간부화 함정이 등장했다. 해군은 파이봇이 병력자원이 줄어드는 빈틈을 점차 메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올해 스무살인 2007년생(49만6822명)의 절반 수준이다. 국방부는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전장 환경이 인공지능(AI)과 드론, 로봇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저출생 때문에 현재 같은 인력과 보병 중심의 비효율적인 군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 사이 해군교육사령부와 세종 육군보급단을 찾았다. 각 군은 병력 감소에 대비해 AI 로봇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론 AI 로봇으로 병력을 대체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전투 실험이 치러진 지난달 23일 파이봇에게는 야간 상황, 갑작스럽게 나타난 장애물, 비바람 등 악천후 과제가 주어졌다. 함정이 진해협수로에 다다랐을 때 파도가 6m 높이로 거세졌다. 파이봇은 타기를 좌우로 미세조정했다. 기상 여건에 따라 배가 흔들리자 당직사관의 기존 지시에 맞춰 뱃머리의 각도를 수정한 것이다.
전투 실험에는 이지스 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 승조원들이 참가했다. 함교 당직사관, 기관 조종수, 전탐사 등 5명의 승조원이 파이봇과 함께 전방을 주시했다. 해군 승조원들은 대체로 파이봇의 성능에 만족했다. 이날 함교 당직사관이었던 서애류성룡함의 김용우 소령은 “이 정도면 사람하고 유사하고 실수도 거의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며 “실전에서 사용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눈과 팔이 각각 3개인 파이봇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거대언어모델(LMM) 기반으로 작동해 인간의 음성 지시에 따라 가운데 팔로 타기를 돌리고, 눈(카메라)으로 각도가 맞는지 확인한다. 파이봇을 만든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팀은 파이봇의 지시 이행 정확도를 90% 이상이라고 소개한다. 심현철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인간 조타수도 졸거나 당직사관이 사투리를 쓰면 못 알아듣는 등 실수를 한다”며 “파이봇이 당직사관의 지시를 복명복창할 때 틀리면 인간은 다시 수정해 지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봇은 원래 비행기 조종 로봇으로 개발됐다. 국내에는 로봇 조종사를 규정한 법령이 없어 함정의 조타수로 우선 투입됐다. 로봇 조종사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반면, 함정 조타수는 당직 사관의 지시를 이행하기만 하면 돼 높은 기술 수준이 필요하지 않다.
전투 실험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공학 실험을 반복해 대안을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이번 전투 실험에서 파이봇은 주변 소음이 심해 당직사관의 지시를 듣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또 당직 사관의 명령을 들은 뒤 타기를 돌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약 5초였는데, 업무처리에 나타나는 시차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 파이봇의 늦은 반응은 보안 문제로 인터넷 기반의 상용화된 AI를 사용하지 못한 탓이다.
심 교수는 “로컬 AI 모델을 활용한 한계가 나타난 것이지만, 기술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파이봇이 처음부터 조타수 전용으로 개발된 로봇이 아니고 아직 전투 실험 단계이기 때문에 반응 속도 개선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기술을 도입해 장병 감소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은 후방 부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무기와 식사, 의복 등 물자를 보급하는 군수부대가 대표적인 예다.
육군 군수부대는 대학 캠퍼스 크기만 한 탄약창을 AI가 접목된 지능형 폐쇄회로(CC)TV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시범 도입 중이다. 2024년부터 2년간 70억원이 투입됐다. 인간·동물 등을 식별하는 AI의 객체 인식 성공률은 90% 수준이다. 군수부대는 이 사업으로 탄약창 경계·감시 인원이 10%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방문한 세종의 육군 1보급단의 26446㎡(8000평) 규모 물류창고 중 1개동에선 현역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장에 있는 근무자는 사복을 입은 군무원이 대부분이었다. 곳곳에선 무인 지게차·무인 운반차가 눈에 띄었다. ‘군용’이라고 쓰인 박스는 컨베이어 벨트의 로봇이 분류했다. 3D 카메라가 보급품의 형상을 인식하면 팔레타이징 로봇이 물자를 집어 팔레트에 적재하는 식이다. 군무원 1~2명이 번갈아 가며 팔레타이징 로봇을 조작해 박스를 나르고 쌓았다.
육군 1보급단의 물류창고 1개동은 물류의 입고·저장·포장과 분류 등 절차도 자동화했다. AI 포장용 로봇은 포장용 박스를 만들고 보급품을 포장하는 업무에도 투입된다.
군에서 힘쓰는 일에만 AI와 자동화 기계가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군수물자 재고 관리도 AI의 도움을 받는다. 군무원과 병사 여러명이 컴퓨터 문서작업을 통해 정리한 뒤 계산하던 타이어, 송풍기 등 군 자산 수요도 AI로 예측하고 있다. 군 내부에선 “사람이 하는 것보다 정확하고 품이 확실히 덜 든다”는 평가가 나온다. 육군의 AI 기반 수리부속 수요예측모델의 예측 수량 적중률은 2022년 48%에서 지난해 64%까지 올랐다.
군은 AI 도입을 통해 후방 인력을 줄이고, 확보된 병력을 전방 등에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게 됐다고 본다. 백재철 육군종합보급창장은 “보급에서 자동화해 줄일 수 있는 만큼의 현역병을 전방으로 투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군수부대 전체 병력은 2014년 약 4만명에서 지난해 3만6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역병 감소 폭이 크다. 현역병은 1만3000여명 줄어들었는데 군무원 등을 충원해 전체 감소 폭을 줄여 현장 충격을 줄이려 했다. 기술 도입이 필연적인 이유다. 육군 1보급단만 놓고 보면, 2020년부터 물류 자동화를 추진해 현장 인력을 최근 6년 사이 16%가량 감축했다.
군 곳곳에 AI와 로봇이 투입되고 있지만 방산업계와 학계, 군 내부에서는 AI가 병력자원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방산업계에선 피지컬 AI 등이 상용화될 만큼 기술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방산업계에서 만드는 군용 로봇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자폭용이 대부분이다.
직접 병력 대체 가능한 자원 중에 ‘로봇개’가 거론된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전방 1개 사단은 사족보행 로봇(로봇개)를 1대씩 운용 중이다. 대테러 작전용·전방 감시용으로 2024년 8월 시범 도입됐다. 로봇개는 움직이며 주변 사물과 마찰음을 내는 단점이 있지만 인간보다 빠르고 험지에 투입될 수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몇몇 국가는 로봇개를 전장에 전력화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알려진 건 없다”며 “대부분 업체가 아직 압도적인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AI 로봇으로 병력 대체를 구현하려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연구자들은 군이 발주한 용역이나 과제를 기업·대학이 연구하고 검증하며 실험까지 마무리하는 데에는 최소 5~10년이 걸린다고 본다. 또 AI 로봇에 자율성을 어느 정도 부여할지 윤리적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고, AI를 교육할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김정엽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예비역 장성들을 만나보면 고도의 자율성을 지닌 AI 로봇의 개발을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는 윤리적으로 까다로운 문제”라며 “AI를 교육할 무기 관련 데이터의 상당수는 다른 국가나 해외 방산업체가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완전한 무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군에서 커질수록 오히려 AI 로봇의 병력 대체가 지연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AI 업무를 다뤘던 한 육군 예비역은 “새로운 기술은 사람이 사용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시켜야 한다”며 “AI를 도입했는데 투입되는 병력은 왜 줄어들지 않냐고 압박하거나 기다려주지 않는다면 군이 원하는 기술이 이른 시일 내에 안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51억원 규모 국가재정사업으로 키운 비대면 진료 ‘섬닥터’의 성과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타당성을 입증할 외부 의료 전문가 검증은 없었고, 만족도 조사는 사업 수행 업체가 대면으로 진행한 사실상 ‘셀프 평가’였다. 이 같은 평가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 현직 의사는 담당 부처로부터 “민원이 과하다”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가 찾아봤다” 등의 압박성 발언을 들었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섬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며 해양수산부가 2024년 시작한 ‘섬닥터’ 성과 중 상당 부분에서 오류가 확인됐다. 해수부는 수치가 틀렸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이를 사업 확대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섬닥터는 무인 단말기(키오스크) 장비로 섬 주민이 육지 의사에게 화상 진료를 받고, 처방된 약을 택배 등으로 배송받는 사업이다. 2024년 2억8000만원, 2025년 3억5000만원 수준이던 사업비는 올해 51억2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4배 넘게 뛰었다. 민간 협력기금 중심으로 운영되던 시범사업이 국비(28억7700만원)와 지방비(11억2500만원)를 합쳐 40억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재정사업으로 커진 것이다. 그 명분은 2024~2025년 실적과 만족도를 담은 평가보고서였다.
해수부가 지난달 31일 경향신문에 공개한 9쪽짜리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191개 섬에서 주민 1947명이 섬닥터를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또 주민 776명은 스스로 다시 진료를 받았다. 해당 보고서에 담긴 만족도 9.1점과 재이용 의향(99.1%)은 섬닥터의 대표 성과로 다수 언론에 소개됐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수치 재검증을 요청하면서 해당 성과들은 줄줄이 뒤집혔다. 해수부가 재산출해 전달한 ‘운영 질의 답변서’를 보면, 지난해 실제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는 1630명이었다. 기존 보고서보다 317명(16.3%) 적다. 재진 776명은 주민 수가 아닌 초진과 재진을 합친 진료 ‘776건’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두 차례 이상 비대면 진료를 받은 주민은 242명에 그쳤다. 이를 ‘진료 인원 기준’으로 따지면 실제 재이용자 비율은 14.8%다.
회원등록 실적도 부풀려졌다. 해수부가 지난달 함께 전달한 운영 현황표에는 2025년 회원 등록이 2315건으로 적혀 있다. 같은 표의 진료 완료 건수와 일치한다. 등록한 주민이 한 명도 빠짐없이 비대면 진료를 받았거나 등록 실적과 진료 실적이 정확히 같은 우연이 발생한 셈이다. 실상은 달랐다. 2025년 실제 등록자는 1454명으로, 표에 적힌 숫자보다 861명 적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장 방문 당시 작성·보고된 엑셀 파일 내역을 통계 자료로 활용하면서 총진료 건수 중심으로 집계했다”고 설명했다. 즉, 진료 건수를 회원 등록 건수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는 얘기다.
해수부는 2024년 지표 역시 대폭 수정했다. 평가보고서가 제시한 재진율 13.7%는 “분모 산정 오류”라며 10.3%로, 재진 172건은 182건으로, 대상자 1298명은 1295명으로 각각 정정했다.
없다던 자료는 취재가 이어지자 나타났다. 애초 해수부가 전달한 운영 현황표에는 2024년 회원등록, 처방, 약 배송 실적이 모두 ‘현재 자료 부존재’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거듭 확인을 요청하자 해수부는 당시 사업자 시스템을 조회한 결과 2024년 등록자는 1718명이라고 밝혔다.
초진, 재진 환자가 각각 몇 명인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평가보고서에 2024년 재진율이 13.7%로 제시돼 있다는 점이다. 개인별 재이용 여부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재진율이 계산될 수 있느냐고 묻자 해수부는 “사업자가 현장 방문 시 등록·진료한 환자 수를 초진으로, 방문일 외에 발생한 진료 건수를 재진으로 집계했다”고 답했다. 즉 환자 개인의 진료 이력이 아닌, 사업자가 섬에 방문한 날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초진과 재진을 나눈 것이다. 이렇게 산출한 13.7%는 이듬해 54%와 같은 지표처럼 비교돼 ‘재진율 약 4배 증가’의 근거로 쓰였다.
이 같은 무더기 수치 오류가 사업 성과로 굳어진 배경에는 해수부의 검증 부재가 있었다. 섬닥터의 실적과 만족도를 집계·조사한 곳은 사업을 발주하거나 운영한 기관들이다.
설문 문항을 설계하고 결과를 분석한 곳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현장에서 주민에게 질문하고 응답을 입력한 곳은 섬에 장비를 설치하고 비대면 진료를 연결한 운영업체 메라키플레이스다. KMI는 2024년 2월 ‘비대면 진료 섬닥터 시범사업’ 입찰공고를 내고 사업자를 선정한 발주처다. 실적을 집계하고 만족도를 조사한 곳들이 모두 사업 추진체계 안에 있었다.
해수부는 두 기관이 집계·분석한 결과를 받았을 뿐, 원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검증 자체를 할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발주처가 설계하고 분석한 자료의 객관성이 담보되느냐는 질문에 해수부 관계자는 “KMI가 결과를 부풀리거나 굳이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사 방식은 독립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해수부에 따르면 만족도 조사는 메라키플레이스 직원이 현장에서 주민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태블릿이나 노트북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별도의 조사 기간도 두지 않았다. 해수부는 “2024년과 2025년 모두 사업 기간 내 사업자 및 감독기관의 현장 방문 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식으로 수집된 응답을 토대로 평가보고서는 섬닥터 만족도가 2024년 9.7점, 2025년 9.1점으로 나타났다며 두 해 모두 “매우 만족”이라고 평가했다. 2025년 보고서 첫머리에는 “향후 비대면 진료 서비스 재이용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 99.1%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썼다. 그러나 2025년 실제로 두 차례 이상 진료를 받은 주민은 이용자 1630명 가운데 242명, 14.8%였다.
조사와 분석 과정에는 외부 의료 전문가 검증도 없었다. 해수부는 “메라키플레이스 소속 의료인(공동대표) 외에 참여한 의료인은 없었다”며 “의학적 판단에 대한 만족도가 아닌 의료사각지대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른 서비스제공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보고서 표현은 달랐다. 보고서는 2024년 9.7점, 2025년 9.1점을 모두 ‘의료 만족도’라고 적었다. 대상포진과 치매, 전립선 질환 의심자를 찾아냈다는 내용도 ‘비대면 섬닥터를 활용한 건강 개선 실제 사례’ 항목으로 성과에 넣었다. 의학적 판단은 묻지 않았다면서 의료적 성과는 내세운 셈이다.
허술한 성과평가는 현장 전문가 눈도 피해 가지 못했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3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섬닥터 사업 성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이용 의향 99.1%와 만족도 9.1점이 어느 기관, 어떤 조사로 산출됐는지 등을 물었지만 구체적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에 같은 달 24일 2024~2025년 섬닥터 사업의 구체적 성과와 만족도 조사 근거를 밝혀 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
그러자 해수부 담당자가 지난달 28일 마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가 찾아봤는데 그렇게 보인다”며 “민원 주신 게 좀 과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밥그릇 싸움” 등을 언급하며 해수부 사업이 의사들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갈등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마 위원장은 당시 전화를 두고 “대뜸 전화로 ‘과하다’ ‘나를 찾아봤다’고 하니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나는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월급쟁이고 원격 진료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밥그릇 싸움 운운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사업이라면 최소한 설계와 평가는 제대로 하라는 차원에서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수부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하다’고 표현한 데 대해 민원인이 언짢아하셔서 사과를 드렸다”며 “(민원인을) 압박하려는 뜻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 ‘밥그릇 싸움’을 언급한 것은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면 병원이 경영상 영향을 받는다는 의견도 있어서 혹시 그런 우려 때문인지 물어보려 한 것”이라고 답했다.
성과 통계가 줄줄이 뒤집히며, 해수부가 무엇을 근거로 수십억원 세금을 투입해 섬닥터를 확대하는 것인지 불분명해졌다. 애초에 사업이 섬 주민 이용 여건에 맞춰 설계됐는지, 이미 정해진 사업 방식에 주민들이 맞추게 설계됐는지 역시 의문이다.
시범사업을 2년간 수행한 메라키플레이스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비대면 진료를 직접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마을 대표자 교육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고령의 주민이 혼자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란 의미다. 그런데도 해수부는 올해 사업을 확대하며 마을 대표자 도움에 기대는 운영 방식을 보완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군함의 항해를 지휘하는 함교 당직사관의 지시가 떨어졌다. “키 왼편 10도, 110도 잡아” 지시를 복명복창한 건 사람이 아닌 조타수 로봇이었다. 조타수의 복명복창은 당직사관의 지시를 정확히 들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로봇은 함정의 핸들(타기)을 좌우로 몇 번 돌리더니 기계음을 내며 “키 왼편 10도, 110도 잡기 끝”을 외쳤다. 뱃머리를 좌측으로 10도만큼 돌린 뒤, 배의 진행 방향인 침로를 110도에 맞춰 항해하라는 지시를 이행했다는 의미였다.
지난달 23일 경남 진해의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이 타기를 잡았다. 키 165cm에 몸무게 65kg인 파이봇은 이날 시뮬레이터로 진행된 해상 당직 업무 수행 로봇 전투 실험에 참가했다.
조타수는 선장이나 당직 항해사의 명령에 따라 타기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업무는 파도와 바람, 장애물에 따라 끊임없이 타기를 좌우로 조정해야 해 피로도가 높은 업무로 꼽힌다. ‘사람 승조원’의 경우 돌아가며 4시간씩 조타수 역할을 맡는다. 해군은 조타수를 로봇이 대체하면 승조원의 당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본다.
해군이 파이봇을 도입하려는 다른 현실적 이유도 있다. 현재 해군의 간부화 함정은 20여척이다. 간부화 함정은 의무복무하는 수병이 없거나 수병 비율을 최소화한 함정을 뜻한다. 함정에 탈 현역병이 점차 줄어들면서 2023년 3월 간부화 함정이 등장했다. 해군은 파이봇이 병력자원이 줄어드는 빈틈을 점차 메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올해 스무살인 2007년생(49만6822명)의 절반 수준이다. 국방부는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전장 환경이 인공지능(AI)과 드론, 로봇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저출생 때문에 현재 같은 인력과 보병 중심의 비효율적인 군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 사이 해군교육사령부와 세종 육군보급단을 찾았다. 각 군은 병력 감소에 대비해 AI 로봇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론 AI 로봇으로 병력을 대체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전투 실험이 치러진 지난달 23일 파이봇에게는 야간 상황, 갑작스럽게 나타난 장애물, 비바람 등 악천후 과제가 주어졌다. 함정이 진해협수로에 다다랐을 때 파도가 6m 높이로 거세졌다. 파이봇은 타기를 좌우로 미세조정했다. 기상 여건에 따라 배가 흔들리자 당직사관의 기존 지시에 맞춰 뱃머리의 각도를 수정한 것이다.
전투 실험에는 이지스 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 승조원들이 참가했다. 함교 당직사관, 기관 조종수, 전탐사 등 5명의 승조원이 파이봇과 함께 전방을 주시했다. 해군 승조원들은 대체로 파이봇의 성능에 만족했다. 이날 함교 당직사관이었던 서애류성룡함의 김용우 소령은 “이 정도면 사람하고 유사하고 실수도 거의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며 “실전에서 사용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눈과 팔이 각각 3개인 파이봇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거대언어모델(LMM) 기반으로 작동해 인간의 음성 지시에 따라 가운데 팔로 타기를 돌리고, 눈(카메라)으로 각도가 맞는지 확인한다. 파이봇을 만든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팀은 파이봇의 지시 이행 정확도를 90% 이상이라고 소개한다. 심현철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인간 조타수도 졸거나 당직사관이 사투리를 쓰면 못 알아듣는 등 실수를 한다”며 “파이봇이 당직사관의 지시를 복명복창할 때 틀리면 인간은 다시 수정해 지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봇은 원래 비행기 조종 로봇으로 개발됐다. 국내에는 로봇 조종사를 규정한 법령이 없어 함정의 조타수로 우선 투입됐다. 로봇 조종사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반면, 함정 조타수는 당직 사관의 지시를 이행하기만 하면 돼 높은 기술 수준이 필요하지 않다.
전투 실험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공학 실험을 반복해 대안을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이번 전투 실험에서 파이봇은 주변 소음이 심해 당직사관의 지시를 듣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또 당직 사관의 명령을 들은 뒤 타기를 돌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약 5초였는데, 업무처리에 나타나는 시차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 파이봇의 늦은 반응은 보안 문제로 인터넷 기반의 상용화된 AI를 사용하지 못한 탓이다.
심 교수는 “로컬 AI 모델을 활용한 한계가 나타난 것이지만, 기술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파이봇이 처음부터 조타수 전용으로 개발된 로봇이 아니고 아직 전투 실험 단계이기 때문에 반응 속도 개선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기술을 도입해 장병 감소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은 후방 부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무기와 식사, 의복 등 물자를 보급하는 군수부대가 대표적인 예다.
육군 군수부대는 대학 캠퍼스 크기만 한 탄약창을 AI가 접목된 지능형 폐쇄회로(CC)TV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시범 도입 중이다. 2024년부터 2년간 70억원이 투입됐다. 인간·동물 등을 식별하는 AI의 객체 인식 성공률은 90% 수준이다. 군수부대는 이 사업으로 탄약창 경계·감시 인원이 10%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방문한 세종의 육군 1보급단의 26446㎡(8000평) 규모 물류창고 중 1개동에선 현역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장에 있는 근무자는 사복을 입은 군무원이 대부분이었다. 곳곳에선 무인 지게차·무인 운반차가 눈에 띄었다. ‘군용’이라고 쓰인 박스는 컨베이어 벨트의 로봇이 분류했다. 3D 카메라가 보급품의 형상을 인식하면 팔레타이징 로봇이 물자를 집어 팔레트에 적재하는 식이다. 군무원 1~2명이 번갈아 가며 팔레타이징 로봇을 조작해 박스를 나르고 쌓았다.
육군 1보급단의 물류창고 1개동은 물류의 입고·저장·포장과 분류 등 절차도 자동화했다. AI 포장용 로봇은 포장용 박스를 만들고 보급품을 포장하는 업무에도 투입된다.
군에서 힘쓰는 일에만 AI와 자동화 기계가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군수물자 재고 관리도 AI의 도움을 받는다. 군무원과 병사 여러명이 컴퓨터 문서작업을 통해 정리한 뒤 계산하던 타이어, 송풍기 등 군 자산 수요도 AI로 예측하고 있다. 군 내부에선 “사람이 하는 것보다 정확하고 품이 확실히 덜 든다”는 평가가 나온다. 육군의 AI 기반 수리부속 수요예측모델의 예측 수량 적중률은 2022년 48%에서 지난해 64%까지 올랐다.
군은 AI 도입을 통해 후방 인력을 줄이고, 확보된 병력을 전방 등에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게 됐다고 본다. 백재철 육군종합보급창장은 “보급에서 자동화해 줄일 수 있는 만큼의 현역병을 전방으로 투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군수부대 전체 병력은 2014년 약 4만명에서 지난해 3만6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역병 감소 폭이 크다. 현역병은 1만3000여명 줄어들었는데 군무원 등을 충원해 전체 감소 폭을 줄여 현장 충격을 줄이려 했다. 기술 도입이 필연적인 이유다. 육군 1보급단만 놓고 보면, 2020년부터 물류 자동화를 추진해 현장 인력을 최근 6년 사이 16%가량 감축했다.
군 곳곳에 AI와 로봇이 투입되고 있지만 방산업계와 학계, 군 내부에서는 AI가 병력자원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방산업계에선 피지컬 AI 등이 상용화될 만큼 기술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방산업계에서 만드는 군용 로봇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자폭용이 대부분이다.
직접 병력 대체 가능한 자원 중에 ‘로봇개’가 거론된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전방 1개 사단은 사족보행 로봇(로봇개)를 1대씩 운용 중이다. 대테러 작전용·전방 감시용으로 2024년 8월 시범 도입됐다. 로봇개는 움직이며 주변 사물과 마찰음을 내는 단점이 있지만 인간보다 빠르고 험지에 투입될 수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몇몇 국가는 로봇개를 전장에 전력화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알려진 건 없다”며 “대부분 업체가 아직 압도적인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AI 로봇으로 병력 대체를 구현하려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연구자들은 군이 발주한 용역이나 과제를 기업·대학이 연구하고 검증하며 실험까지 마무리하는 데에는 최소 5~10년이 걸린다고 본다. 또 AI 로봇에 자율성을 어느 정도 부여할지 윤리적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고, AI를 교육할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김정엽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예비역 장성들을 만나보면 고도의 자율성을 지닌 AI 로봇의 개발을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는 윤리적으로 까다로운 문제”라며 “AI를 교육할 무기 관련 데이터의 상당수는 다른 국가나 해외 방산업체가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완전한 무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군에서 커질수록 오히려 AI 로봇의 병력 대체가 지연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AI 업무를 다뤘던 한 육군 예비역은 “새로운 기술은 사람이 사용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시켜야 한다”며 “AI를 도입했는데 투입되는 병력은 왜 줄어들지 않냐고 압박하거나 기다려주지 않는다면 군이 원하는 기술이 이른 시일 내에 안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51억원 규모 국가재정사업으로 키운 비대면 진료 ‘섬닥터’의 성과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타당성을 입증할 외부 의료 전문가 검증은 없었고, 만족도 조사는 사업 수행 업체가 대면으로 진행한 사실상 ‘셀프 평가’였다. 이 같은 평가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 현직 의사는 담당 부처로부터 “민원이 과하다”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가 찾아봤다” 등의 압박성 발언을 들었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섬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며 해양수산부가 2024년 시작한 ‘섬닥터’ 성과 중 상당 부분에서 오류가 확인됐다. 해수부는 수치가 틀렸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이를 사업 확대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섬닥터는 무인 단말기(키오스크) 장비로 섬 주민이 육지 의사에게 화상 진료를 받고, 처방된 약을 택배 등으로 배송받는 사업이다. 2024년 2억8000만원, 2025년 3억5000만원 수준이던 사업비는 올해 51억2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4배 넘게 뛰었다. 민간 협력기금 중심으로 운영되던 시범사업이 국비(28억7700만원)와 지방비(11억2500만원)를 합쳐 40억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재정사업으로 커진 것이다. 그 명분은 2024~2025년 실적과 만족도를 담은 평가보고서였다.
해수부가 지난달 31일 경향신문에 공개한 9쪽짜리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191개 섬에서 주민 1947명이 섬닥터를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또 주민 776명은 스스로 다시 진료를 받았다. 해당 보고서에 담긴 만족도 9.1점과 재이용 의향(99.1%)은 섬닥터의 대표 성과로 다수 언론에 소개됐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수치 재검증을 요청하면서 해당 성과들은 줄줄이 뒤집혔다. 해수부가 재산출해 전달한 ‘운영 질의 답변서’를 보면, 지난해 실제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는 1630명이었다. 기존 보고서보다 317명(16.3%) 적다. 재진 776명은 주민 수가 아닌 초진과 재진을 합친 진료 ‘776건’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두 차례 이상 비대면 진료를 받은 주민은 242명에 그쳤다. 이를 ‘진료 인원 기준’으로 따지면 실제 재이용자 비율은 14.8%다.
회원등록 실적도 부풀려졌다. 해수부가 지난달 함께 전달한 운영 현황표에는 2025년 회원 등록이 2315건으로 적혀 있다. 같은 표의 진료 완료 건수와 일치한다. 등록한 주민이 한 명도 빠짐없이 비대면 진료를 받았거나 등록 실적과 진료 실적이 정확히 같은 우연이 발생한 셈이다. 실상은 달랐다. 2025년 실제 등록자는 1454명으로, 표에 적힌 숫자보다 861명 적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장 방문 당시 작성·보고된 엑셀 파일 내역을 통계 자료로 활용하면서 총진료 건수 중심으로 집계했다”고 설명했다. 즉, 진료 건수를 회원 등록 건수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는 얘기다.
해수부는 2024년 지표 역시 대폭 수정했다. 평가보고서가 제시한 재진율 13.7%는 “분모 산정 오류”라며 10.3%로, 재진 172건은 182건으로, 대상자 1298명은 1295명으로 각각 정정했다.
없다던 자료는 취재가 이어지자 나타났다. 애초 해수부가 전달한 운영 현황표에는 2024년 회원등록, 처방, 약 배송 실적이 모두 ‘현재 자료 부존재’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거듭 확인을 요청하자 해수부는 당시 사업자 시스템을 조회한 결과 2024년 등록자는 1718명이라고 밝혔다.
초진, 재진 환자가 각각 몇 명인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평가보고서에 2024년 재진율이 13.7%로 제시돼 있다는 점이다. 개인별 재이용 여부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재진율이 계산될 수 있느냐고 묻자 해수부는 “사업자가 현장 방문 시 등록·진료한 환자 수를 초진으로, 방문일 외에 발생한 진료 건수를 재진으로 집계했다”고 답했다. 즉 환자 개인의 진료 이력이 아닌, 사업자가 섬에 방문한 날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초진과 재진을 나눈 것이다. 이렇게 산출한 13.7%는 이듬해 54%와 같은 지표처럼 비교돼 ‘재진율 약 4배 증가’의 근거로 쓰였다.
이 같은 무더기 수치 오류가 사업 성과로 굳어진 배경에는 해수부의 검증 부재가 있었다. 섬닥터의 실적과 만족도를 집계·조사한 곳은 사업을 발주하거나 운영한 기관들이다.
설문 문항을 설계하고 결과를 분석한 곳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현장에서 주민에게 질문하고 응답을 입력한 곳은 섬에 장비를 설치하고 비대면 진료를 연결한 운영업체 메라키플레이스다. KMI는 2024년 2월 ‘비대면 진료 섬닥터 시범사업’ 입찰공고를 내고 사업자를 선정한 발주처다. 실적을 집계하고 만족도를 조사한 곳들이 모두 사업 추진체계 안에 있었다.
해수부는 두 기관이 집계·분석한 결과를 받았을 뿐, 원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검증 자체를 할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발주처가 설계하고 분석한 자료의 객관성이 담보되느냐는 질문에 해수부 관계자는 “KMI가 결과를 부풀리거나 굳이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사 방식은 독립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해수부에 따르면 만족도 조사는 메라키플레이스 직원이 현장에서 주민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태블릿이나 노트북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별도의 조사 기간도 두지 않았다. 해수부는 “2024년과 2025년 모두 사업 기간 내 사업자 및 감독기관의 현장 방문 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식으로 수집된 응답을 토대로 평가보고서는 섬닥터 만족도가 2024년 9.7점, 2025년 9.1점으로 나타났다며 두 해 모두 “매우 만족”이라고 평가했다. 2025년 보고서 첫머리에는 “향후 비대면 진료 서비스 재이용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 99.1%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썼다. 그러나 2025년 실제로 두 차례 이상 진료를 받은 주민은 이용자 1630명 가운데 242명, 14.8%였다.
조사와 분석 과정에는 외부 의료 전문가 검증도 없었다. 해수부는 “메라키플레이스 소속 의료인(공동대표) 외에 참여한 의료인은 없었다”며 “의학적 판단에 대한 만족도가 아닌 의료사각지대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른 서비스제공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보고서 표현은 달랐다. 보고서는 2024년 9.7점, 2025년 9.1점을 모두 ‘의료 만족도’라고 적었다. 대상포진과 치매, 전립선 질환 의심자를 찾아냈다는 내용도 ‘비대면 섬닥터를 활용한 건강 개선 실제 사례’ 항목으로 성과에 넣었다. 의학적 판단은 묻지 않았다면서 의료적 성과는 내세운 셈이다.
허술한 성과평가는 현장 전문가 눈도 피해 가지 못했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3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섬닥터 사업 성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이용 의향 99.1%와 만족도 9.1점이 어느 기관, 어떤 조사로 산출됐는지 등을 물었지만 구체적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에 같은 달 24일 2024~2025년 섬닥터 사업의 구체적 성과와 만족도 조사 근거를 밝혀 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
그러자 해수부 담당자가 지난달 28일 마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가 찾아봤는데 그렇게 보인다”며 “민원 주신 게 좀 과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밥그릇 싸움” 등을 언급하며 해수부 사업이 의사들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갈등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마 위원장은 당시 전화를 두고 “대뜸 전화로 ‘과하다’ ‘나를 찾아봤다’고 하니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나는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월급쟁이고 원격 진료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밥그릇 싸움 운운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사업이라면 최소한 설계와 평가는 제대로 하라는 차원에서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수부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하다’고 표현한 데 대해 민원인이 언짢아하셔서 사과를 드렸다”며 “(민원인을) 압박하려는 뜻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 ‘밥그릇 싸움’을 언급한 것은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면 병원이 경영상 영향을 받는다는 의견도 있어서 혹시 그런 우려 때문인지 물어보려 한 것”이라고 답했다.
성과 통계가 줄줄이 뒤집히며, 해수부가 무엇을 근거로 수십억원 세금을 투입해 섬닥터를 확대하는 것인지 불분명해졌다. 애초에 사업이 섬 주민 이용 여건에 맞춰 설계됐는지, 이미 정해진 사업 방식에 주민들이 맞추게 설계됐는지 역시 의문이다.
시범사업을 2년간 수행한 메라키플레이스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비대면 진료를 직접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마을 대표자 교육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고령의 주민이 혼자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란 의미다. 그런데도 해수부는 올해 사업을 확대하며 마을 대표자 도움에 기대는 운영 방식을 보완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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